Chapter 1. 셰익스피어 – 감정의 해부학자
“인간의 얼굴을 무대 위에 올린 사람”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1564년 4월 23일, 영국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서 태어났다.
중산층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집안 사정은 점점 어려워졌고
정식 대학 교육 없이 문법학교에서 고전 문학과 라틴어를 공부했다.
18세 때 8살 연상의 앤 해서웨이와 결혼하고 세 아이를 두었으나,
쌍둥이 아들 해믓은 열한 살에 세상을 떠났다.
『햄릿』의 주인공 이름과 겹치는 이 아들의 죽음은 작품의 비극적 정서에 깊이 스며든다.
그는 20대 후반 런던으로 올라가 배우로 무대에 섰고,
극작가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는 모두 이 시기의 걸작들이다.
셰익스피어는 단순히 글만 쓴 작가가 아니라,
극단을 공동 운영하며 작품, 연출, 공연, 경영까지 총괄한 문화 기획자이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런던은 연극의 도시였다.
글로브 극장에서는 그의 작품이 공연되었고, 귀족부터 평민까지 그의 대사를 들으며 웃고 울었다.
셰익스피어는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시대를 비판하거나, 인간을 관찰했고,
그 무엇보다 인간의 내면을, 대사로, 감정으로, 표현했다.
인간을 '언어'로 조각한 사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거나 무대에서 볼 때,
우리는 종종 “어떻게 이런 감정을 400년 전에 이렇게 정확히 썼을까?” 하고 놀란다.
그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 모순과 욕망을 언어로 해부한 작가였다.
『햄릿』은 결단하지 못하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주인공 햄릿은 단호하게 복수를 실행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혼란에 빠진다.
셰익스피어는 그 모습을 통해 ‘망설임’이라는 감정의 정체를 처음으로 작품으로 만든 사람이다.
『맥베스』에서는 야망이 죄책감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고,
『리어왕』에서는 외로움과 권력의 허상을,
『오셀로』에서는 질투와 파괴적 사랑을 보여준다.
이 모든 이야기는 특정한 인물의 서사가 아니다.
우리 모두 안에 있는 감정의 가능성들을 인물로 빚어낸 것이다.
언어로 해부한 감정
셰익스피어는 심리학자가 등장하기 한참 전,
이미 인간 감정의 지도 위에 정확한 좌표를 찍어둔 작가였다.
- 『햄릿』은 결단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망설임의 초상이다.
- 『맥베스』는 성공의 야망이 죄책감으로 자가분해되는 과정이다.
- 『리어왕』은 사랑을 믿고 싶었던 노왕이,
진심과 아부 사이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고독이다.
그의 문장은 시처럼 아름다우면서도,
모든 인간의 마음속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한눈에 요약
- 한 문장 요약: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감정을 언어로 해부한 작가다. - 오늘의 감상 포인트:
- 『햄릿』은 결단이 아닌 망설임의 이야기다.
- 욕망과 죄책감은 시대를 초월하는 감정이다.
- “내 안의 햄릿”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다.
- 연결 콘텐츠:
🎬 『로미오 + 줄리엣』 (1996, 바즈 루어만 감독)
🎼 Max Richter – “On the Nature of Daylight”
(→ 햄릿이나 리어왕의 정서와 절묘하게 닮아 있다)